“저는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소울메이트인 조를 잃었습니다. 친구나 다른 가족이 없어서 대화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내내 끝없이 이어지는 적막이 견딜 수 없는 고문과도 같습니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나요?“라는 절박한 내용의 표지를 자택 창문에 붙인 남자가 있다.

이번주 해외토픽으로 전해진 영국 햄프셔에 거주하는 75살의 토니 윌리암스의 얘기다. 은퇴한 물리학자인 그는 35년간 함께 동고동락한 아내가 지난 5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수개월 째 ‘고문 같은 적막’ 속에서 지냈다.

The silence 24 hours a day is torture’

자녀도 친척도 없는  집에서 오지 않는 전화만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됐다. 외로움에 지친 윌리엄스는 새 친구를 찾으러 지역 신문에 120파운드(약 156 달러)짜리 광고를 내고 연락처가 담긴 명함을 만들어 거리에서 나눠주기도 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런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각지에서 윌리엄스를 도와주고 싶다는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 뭉클하면서 아린 뉴스는 가까운이의 죽음과 ,고독, 자살 같은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그린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  스웨덴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웬만하면 마주치기 싫은 이웃인 59세의 고집불통 까칠남 ‘오베’.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하고,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던 아내 ‘소냐’까지 세상을 떠난 이후, 그에게 남은 것은 ‘소냐’를 따라 가는 것뿐이다. 그런데 생을 끊으려는 마지막 순간 마다 방해꾼들이 나타나 늘 자살에 실패한다. 그는 아내의 무덤에 찾아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 죽기가 살기보다 더 힘들어’ 이제 그만 화내고 잘 해볼게. 당신도 도와 줄거지?

웬일이야? 불쑥 연락도 없이.

우리의 인생은 ” 불쑥  ” 연락도 없이 끼여든 사람이나 기회로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영화속 오베 처럼.

죽음을 시도 하는 남자 오베는 밧줄과 자동차 배기 가스 , 엽총 등으로 수차례 자살을 시도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불쑥 끼여든 이웃 때문에.

그도 남의 인생에도 불쑥 끼여든다. 자살을 실패하게 만드는 이웃 파르바네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도중에 그녀가 운전을 두려워하자 오베는 소리친다.

” 당신은 애들 둘이나 낳은 엄마고 저 멀리 이란 땅에서 이 곳 까지 온 사람이 아니냐.그 힘들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 그걸 다 이겨낸 사람이 운전을 무서워하는게 말이되냐고 ”

외로워 죽겠다고 광고를 낸 토니윌리암스. 그리고 한인타운의 빵집이나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한국신문을 읽고 있는 홀로 남은 영감님들을 생각한다.

노인복지 단체에 따르면 홀로 된 상당수의 노인들은 한 달 이상 주변인들과 말하지 않을 때가 많으며, 그들은 외로움이나 사회적 단절감을 퉁명함이나 무례함으로 방어하는 기질 때문에 더욱 더 이웃과  소외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괴상한 바이러스가 제멋대로 우리의 일상에 개입했다. 게다가 가을 마저 노크도 없이 성큼 내 옷장에 들어와 스웨터를 꺼내 주는 금요일 오후.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마른잎을 보며 삶의 여정에서 불쑥 만나게 되는 이웃 이라는 인연과 그들과 얽히고 설켜가며 유괘한 균열이 만들어 내는  인생의 온도를 생각해 본다.

(오늘은  오베라는 남자 영화 OST로 꾸며 봤다. 스웨덴 영화인지라 스웨덴 음악과 뮤지션을 만날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Carola / Blott en dag(오직 하루) : CCM으로 유명한 곡.하루의 시간이 저물고 또 다른 하루를 맞이 하는 이 밤, 삶 가운데 치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지난 하루를 떠올리면 늘 아쉽고 떄로는 부끄럽기 까지 합니다……….여전히 흘러가는 삶의 시간들, 그리고 그 무수한 하루하루의 일상이 나를 좀 더 성숙하게 가꾸고 인도 할 것 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립니다.

Carmen Cuesta Loeb / the shadow of your smile: 퓨젼 재즈, 보사노바, 라틴재즈, 팝등 당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스페인의 재즈 싱어 카르멘 쿠에스타 롭. 그 녀의 남편인 재즈 기타리스트 척 롭(Chuck Loeb)의 기타연주가 환상적으로 노래를 이끌어 준다. 소냐가 춤치인 오베를 리드하며 춤을 추는 것 처럼. “당신이 떠났을 때 남는 그림자”로 시작되는 가사는 영화의 이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저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Willie Nelson / always on my mind:  자동차 배기 가스로 자살을 시도할 때 라디오에서 나오던 노래. 눈을 감고 불의의 기차사고로 죽은 아버지를 회상한다. “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 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 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 한다.’

조성진 /드뷔시- 달빛(Debussy- Claire de lune ): 영화에 잔잔히 깔리던 달빛. 달빛’은 드뷔시가 1890년 작곡에 착수했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sque)의 세번째 곡. 드뷔시의 피아노 음악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일 듯.


“Demis” Roussos / Forever and Ever : 아이가 나오기전 둘 만의여행. 오베가 가장 행복 했었던 아주 짧은 시간. 아내는 버스 전복사고로 두다리를 잃는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Rain & Tears”로 유명한 이집트 출신, 데미스 루소스의 독특한 바이브레이션의 울림이 더 절절하다. 


LALEH – En Stund På Jorden(a moment on Earth): 랄레는 피아노는 물론 기타도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이란에서 태어나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랄레. 영화의 엔딩곡

영화 줄거리:
스웨덴의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가 쓴 동명소설을 영화로.

6개월 전에 아내 소냐를 암으로 떠나 보낸 오베는 40년 넘게 근무한 직장에서 해고가 된다. 아내를 따라 가기 위해 집전화를 끊고 주변을 정리하면서 깨끗한 양복으로 갈아 입은 후 천장에 있는 고리에 노끈을 연결해 목을 조인다.

그 때 이웃이 이사를 오면서 후진을 하다가 오베의 편지통을 부순다. 오베는 화를 내며 대신 주차를 한 후 다시 노끈에 목을 넣는다. 어릴 적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둘이서 살다가 아버지마저 기차에 치여 돌아가신다.

오베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열차 청소부가 된다. 화재로 집마저 타 버려 모든 것을 잃은 오베는 기차에서 소냐를 만나 결혼을 한다. 임신 한 아내와 버스 여행을 하다가 사고로 배 속의 아이를 잃고 소냐는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아내를 위해 집안의 턱을 없애고 싱크대의 높이를 낮춘다. 아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경사로를 만든다.  여러차례의 자살 시도는 실패를 하고 오베는 이웃과 만나면서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 간다.

Author 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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