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민 25년차 P씨는 코로나 19로 행복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코로나로  락 다운이 된  어느 비내리던 날.  마치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듣는 것처럼 빗소리에 빠져 들었다. 비가 오면 교통 트래픽부터 걱정하던 그였다. 빗소리를 감상하다니!  문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아빠가 뭘 좋아하디?” 처음엔 생뚱 맞은 질문에 I don’t know 하고 어깨를 올렸다 내린 아들이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 아빠가 맨날 그러잖아 ,난 네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할 때가 제일 좋더라.’

코로나 종식을 눈 앞에 두고 일상 회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적어도 남들만큼 사는게 행복이라 생각하는 P씨는 예전의 평상 스케쥴로 돌아가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행복의 조건이라 여긴 외적 요인을 향해 달리던 습관이 요요 현상처럼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어개인 마이 라이프’의 한 장면. 원하는 대학의 신방과에 합격해 기분 좋은 한미(김재경)가 희우(이준기)와  맥주를 마시면서  한마디 한다.

한미: 안 어울리게 행복하고 난리냥~
희우: 행복한 거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냐! 어떻게 오늘 행복을 덕지덕지 칠해줄까?
한미: 어떻게
희우:안주 하나 더 시키던지
한미:쉽구나
희우: 응 이런 데서 사이드를 시켰는데 그게 맛있으면 너무 행복하더라고.

결혼, 출산, 승진, 취업, 입학, 졸업, 내 집 마련 같은 빅 이벤트 말고  드라마처럼, 혹은 박보검의 그 유명한 코카콜라 광고 문안 ‘ 이게 뭐라고, 오늘도 우린 겨우 이런 일로 행복합니다’처럼 팬데믹 기간 동안에 귀하게 찾아낸 소박한 행복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득 문득, 새삼스레  일상에서 찾아낸 소소한  행복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나를 돌아보는데 도움이 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행복 리스트가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꽤 괜찮은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은 일상이 일상의 자리에 있을 때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을 이미 잃어버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빌헬름 슈미트 전 독일 수상도 그랬다. “살아가는 나날의 80%가 평범한 일상이란 사실을 받아드린 다음부터 사는 것이 행복해졌다고.


호주가수 Angus Stone의 Wooden Chair : 난 휘파람 소리가 들어있는 곡을 들으면 참 좋다. 이 곡은 곡도 곡이지만 소소한 행복이 느껴지는 동영상이라 가끔씩 듣고 보게 된다.

Author m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