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곡들로 짜셨어요?
: 브람스하고 슈만하고 클라라요.
: 테마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인가 봐요.
채: 아뇨, 세사람의 우정이요(잠시 침묵). 브람스 좋아하세요?
: 아뇨 안 좋아합니다 브람스’
채: (독백)브람스가 평생 사랑했던 사람은 선배 음악가이자 제일 친한 동료였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 였다. 같은 음악가였던 클라라는 브람스의 곡을 자주 연주했지만 그녀의 곁에 항상 남편인 슈만이 있었다. 그런 클라라의 곁에서 브람스는 일생을 혼자 살았다. 나중에 알았다. 그는 브람스를 연주하지 않는다는 것을.(SBS 새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의  1회 마지막장면 대사)

아주 오래전에 제목에 끌리어 사강의 소설을 읽었는데 같은 이유로 새로 시작한 월화 드라마를 보았다.  그러나 제목은 같지만 아주 다르다. 소설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고 드라마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다. 월화드라마 제목에는 말줄임표가 없다. 

프랑스의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쓴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라라 슈만 브람스 처럼 세 남녀사이 에서 벌어지는 애증과 고독의 갈등을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이고 새 드라마도  삼각관계가 기본라인이다.

“Do you like Brahms?“는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Aimez-vous Brahms?”를 영화화한 ‘1961년 흑백영화 Goodbye again’에서 연상의 여인(잉그리드 버그만)을 음악회에 초대하는 남자주인공(안소니퍼킨스)의 대사 이기도다.

이 영화에서 교향곡 3번 3악장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이후, 이 곡은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조인성 주연의 영화 ‘쌍화점’을 비롯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사용이 될 만큼  브람스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교향곡 3번 3악장의 모토는 ‘Frei Aber Froh’ ‘ Free But Happy’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

영어는 ‘HAPPY’로 번역했지만  즐겁게’로 한 우리의 번역이 더 마음에 든다. 행복하다는 말에는 어쩔 수 없이 불행이 전제가 되어 있어서 웬지 사주팔자를 고쳐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냥 경쾌한 느낌의 즐겁게가 좋다.

자유롭게 그러나 …., 자유로운 것은 왜 즐겁지 못한가? 싱글들이 자유로운 일상을 즐기면서도 결혼한 사람의 결속된 관계를 몰래 부러워 하는 것과 같은 것일까? 자유로운 고독감 같은것?

새로 시작한 드라마를 보면서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 라는 말 과 소설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에 딱! 이라는 생각을 한다. 과거 보다 집콕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유롭다는 것, 혼자 있다는 것에 대한 편안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기 때문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물으면서 따라온 ‘말줄임표‘가 주는  불확실함과 망설임사이, 자유로운면 자유로웠지,거기에 ‘그러나’가 왜 나와?가 주는  불편함과 안전한 사이. 

 구획되지 않은 자유는 긴장감과 공포감을 준다. 마치도 레인 표시가 안 되어 있는 길을 운전하는 것 처럼.

바이러스 확산을 먼저 걱정하는 노동절 연휴에 자유롭지만 즐겁게 삶의 제한 속도를 지키면서 가을 냄새 느낌 물씬 풍기는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을 “홀로 그러나 투게더, 같이 듣고 싶다.


  Symphony No.3 in  F major Op.90 .제3악장 Poco Allegretto: Leonard Bernstein 지휘,Vienna Philharmonic

교향곡에서 보통 3악장은 쾌활하고 밝은 스케르초나 미뉴에트인데 . 브람스는 우아한 우울 분위기가 나도록 악상을 처리했다. 언젠가 왜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브람스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베토벤의 위대한 발소리를 등 뒤로 들으며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느냐”
베토벤의 전통을 이어받은 불멸의 교향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첼로의 선율이 가을처럼 내려오는 3악장. 브람스는 이 곡과 함께 클라라에게 보낸 헌사에서 “산은 높고, 골짜기는 깊고, 나는 당신에게 천만 번의 인사를 보냅니다.”라고 적었다.

Santana / love of my life : 전주에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을 샘플링 했다.

아직 추분이 되지는 않았지만 정서상으로 노동절은 여름날의 마지막 연휴이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1961년도에 제작된 고색창연한  흑백영화 Goodbye again를 보아도 좋겠다. 가을냄새 푹푹 풍기는 샹송가수 이브몽땅과 50살에 촬영했다는 잉그리드 버그만, 사이코에서 사악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안소니 퍼킨스의 천진난만 모습을 감상하면서.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 합니다. 당신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하하하”  시몽의 폴에게 주는 고독형선고 장면을 즐겨보시길.

Author 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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