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넘어진 나무들의 모습이 십목십색(十木十色)이다.

“몇 백년을 살면서도 /단 한번도 편히 / 눕지 않는다 // 외다리 하나로/온몸 버티어/한평생 꼿꼿이 서 있다 // 고단한 긴 세월을/마감하는 최후의 순간에만/고요히 누울 뿐(정연복시 나무중에서).


‘내 비록 너에게 무릎을 꿇는다만 아침저녁으로 만났던 내 친구 운전자들을 불편하게는 안하겠다!’ 평생 서 있기만 했는데 마지막 순간 조차 두 다리 쭉 펴지 않고 비스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의리파 나무’,

광폭한 태풍에  생 살 몇 개를 떼어주고 살아남는 ‘고통분담형 나무’.  굵고 잘 생긴 단단한 겉모습과는 달리 파뿌리처럼 연약한 뿌리로 고된 삶을 살아온 ‘웃픈 나무”.

널부러져 있는 나무들을 보니 유도가 생각난다. 유도는 입문하면 지는 방법 부터 배운다고 한다. 바로 낙법(落法)이다. 낙법을 충분히 익혀야  메치기를 당해 나가 떨어지거나 갑자기 넘어질 때 아무런 부상 없이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유도는 넘기는 기술이 아니라 넘어지는 방법을 잘 아는 선수가 경기를 리드 한다. 스키와 보드도 제일 먼저 배우는 게 안전하게 넘어지고 일어나는 방법이라고 한다.

나무처럼 사람도 누구나 넘어진다. 눈길 얼음길 뿐아니라 집안 욕실에서 마루에서 심지어는  요위에서 넘어져 기브스를 한 사람도 봤다. 젊고 늙음을 떠나 넘어지게 되면 넘어진다. 넘어지지 않는 인생은 없다. 요즘만 해도 그렇다. 코로나 바이러스 태풍에 사랑하고 익숙한 것들이 속절없이 쓰러진다.

오늘 아침 어지러운 아사이아스가 떠난 거리를 운전하다가  물구나무서기로  도로 정중앙에 넘어진 나무를 보았다. 오호! 낙법9단이다. 넘어질 줄 안다. 전기줄을 두세번 감아 돌면서 도로 정중앙에 정확하게 착지했다.

물구나무 서기를 하면 하늘이 땅이 되고 뿌리가 구름이 된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세상이 아니다. 한마디로 코로나사태가 바꿔놓은 뒤집힌 세상 모습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잘 부딪치고 넘어지길 잘하는 편이면서도, 죽어라 메치는 공부만 했지 나가 떨어지는 학습은 생각도 안해 본 것 같다.  앞으로 코로나 보다 더 강력한 녀석이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그러니 넘어질 수 밖에 없다면  이제는 잘 넘어지고 싶다. 물구나무서기 나무처럼. 낙법의 목적은  다시 일어서는 데 있다고 하지 않는가.

사진 사용을 허락해주신 강완모님, 김성애님, 정수자님께 감사드립니다.

Author 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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