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한줄로 늘어선 일자구름이 7월과 8월사이에 금을 그었다. 구름선 위 만큼이 올해 남은 시간이다. 머무름을 허락하지 않는 구름! 사진 몇 장을 찍는 사이에 벌써 구불구불 엷게 퍼져나간다.

내가 가진 시간도, 그 시간 속의 나도 ‘구름’이다. 소심한 물방울로, 덜렁대는 얼음 알갱이로 이 바람 저바람을 구독하고 해제하고 무심한 좋아요를 누르면서 흩어진다.

저러면 참 아프지 않게 늙어갈 수 있겠다.
딱딱하게 만져지는, 맺힌 데가 없는지
제 마음, 또 뭉게뭉게 뒤져보는 중이다.(구름 / 문인수)

어젯밤엔 불안정한 장대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뭉게구름 쾌청이다. 이제 막 출발한 8월도 7월 같은 답답함으로 버텨야 하는건지 뭉게뭉게 뒤져볼참이다.

<오늘의 선곡 – Both Sides Now>


Joni Mitcheli / Both Sides Now:  1970년 양희은 아침이슬 LP에 < 사랑,구름 그리고 인생> 이란 제목의 번안곡으로도 수록이 된 조니 미첼의 원곡. 나이가 들어서 이 곡을 들으니 멜로디 보다 가사에 마음이 간다. ………. ‘눈물, 두려움들 그리고 ‘사랑해’라고 크게 외치기 위한 담대한 느낌 / 꿈과 계획 그리고 서커스의 관중들 / 난 삶을 그런 식으로만 보아왔어요./ 하지만 내 오랜 친구들은 이상하게 행동하고  / 고개를 저으며 내가 변했다고 말하죠. / 하지만 매일을 살아가면서 뭔가를 잃고 뭔가를 얻어요. // 이제 난 삶을 위 아래 양쪽에서 보지만 / 내가 기억하는 건 삶이 환영이라 / 삶이 정말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1969년에 발표한 올드한 이 노래가 2000년대에 다시 사랑을 받게된 것은 영화 Love Actually 덕이다. 이 영화에서 OST로 사용한 곡은  2000년에 발매한 조니 미첼의 17번째 스튜디오 컨셉앨범. 크리스마스 하면 생각나는 영화에 늘 등장하는 러브 액츄얼리에서 이 곡이 흐르는 배경은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처럼 남편의 불륜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남편 해리는 미아라는 여성에게 끌리고 그녀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싼 목걸리를 준비한다. 그런데 우연히 카렌(아내. 엠마 톰슨)은 남편의 코트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발견하고  그것이 본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설레인다. 그런데 말입니다. 크리스 마스 선물이 우연히 봤던 보석이 아닌 CD 였음을 확인 한 후 남편의 바람을 알아챈다. 무너진 신뢰감, 모멸감  쟈니 미첼의 노래는 흐른다.  ~~


” 굽이쳐 돌아가는 천사의 머릿결과 공중에 떠 있는 아이스크림 성 / 그리고 곳곳에 있는 가벼운 협곡, 난 구름을 그런 식으로만 보아왔어요. / 하지만 지금 구름은 해를 막고 서서 사방에 비와 눈을 뿌리네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이 있었는데 구름이 날 막았어요.// 이제 난 구름을 위와 아래 양쪽에서 보지만 / 어쨋든 여전히 내가 기억하는 것은 구름의 환영이라 / 구름이 무엇인지는 정말 전혀 모르겠어요./ I really don’t know clouds at all.

 

Author m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