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후에 남은 것들> 이란 영화의 한 장면. 아내가 남편에게 묻는다.“ 만약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을까?” 그러자 남편은 이렇게 대답한다. “ 내일 죽을 것  처럼 오늘을 살아라? 그런 말 다 엉터리야. 새삼스레 뭘 하겠어. 늘 하던 대로, 아침엔 출근하고 저녁엔 당신에게 돌아가겠지”.

친구의 남편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즈음에 그녀는 공교롭게도 하던 일을 그만 두었다. 엉겁결에 남아도는 시간속으로 엉거주춤한 삶이 펼쳐졌다. 초를 다투며 출근하던 월요일 아침. 저녁이면 심드렁하게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남편의 부재는 너무 고요하다 못해 폭력적이기 까지 하다고 했다.

습관적인 일상의 흐름이 정지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암선고를 받은 환자처럼 부정 분노 하다가 타협을 시도하고 적당히 우울하게 지내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무딘 월요일 아침의 널널함에 서서히 익숙해진다.

” Don’t look back. 지나간 것은 지나간거고.  이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지.” 그러더니 이런다. ” 그런데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잘 모르겠어.”

또다른 습관의 근육이 만들어질 때 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걸까?

< 오늘의 선곡>


그래 가을이다 / 동네빵집(한성욱 김재훈) – ‘ 발걸음을 떼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건지 / 이젠 다지난 일이다/  다시 길을 걷고 / 다시 숨을 쉬고 / 그래 가을이다’.  2013년에 결성된 동네빵집은 매일 먹어도 되는 식빵 같은 음악을 만드는 듀오. 오늘은 단팥빵 내일은 바게트. 우리네 사연만큼 빵 종류도 빵빵하게 많지.

<그림제목 – René Magritte, The Lovers IV>
르네 마그리트가 1928년에 그린 4개의 연인 시리즈 중 연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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