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나흘 앞둔 아침. 싸락눈이 사락사락  옆집 자작나무에 앉는다.  하얀 줄기에 드문드문 박힌 검은 옹이 모습 때문인지 흑백 필림을 보는 것 같다. 얼마전 영화 클럽의 12월 영화로 선정된 닥터 지바고의 흑백 영화 포스터가 생각 난다. <사랑과 죽음의 일대 파노라마!> <가슴치는 감동의 초거작> <총천연색> <허리욷은 잊혀진 영화의 감동을 닥터 지바고에서 재현했다> < 신정 1일 부터 당신의 가슴을 한없이 울려줍니다> <노치지 마시라>.
1965년에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닥터 지바고는 3년 후인 1968년, 대한극장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특선 영화로 개봉 됐다. 초대박을 친 닥터 지바고는  국제 대한 중앙 세기 스카라 극장등에서 다양한 로드쇼로 영화를 돌렸다. 앵콜로드쇼, 신정 특선, 감동로드쇼, 고별로드쇼, 굳바이 앵콜로드쇼 나중에는 동시상영 앵콜쇼 까지. 한문으로 도배된 흑백포스터 안에 담겨진 홍보문장과 표기가 너무 옛스러워 ” 잊혀진 어린시절이 재현’ 되고 만다. 때마침 추억 꺼내기 좋은 연말 아닌가.


오! 사아~ 딱 작년 이맘때 였다. ‘팬데믹 끝내기’ 염원을 담은 새해 카운트다운은 < 닥터 지바고> 영화처럼 불안전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혁명처럼 왔다가 무의미한 전쟁의 종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또다시  의미있게 살고싶은 바램으로 2022년을 향해 뜨겁게 카운트 다운을 외친다.Four! Three!

12월 하고도 28일에 눅눅해진 기분을 떨쳐내며 로버트 프로스트자작나무를 정성스럽게 읽는다.

(전략)
“걱정이 많아지고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과 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근질거릴 때
그리고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
한 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나는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또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운명의 신이 고의적으로 나를 오해하지 않기를
내가 바라는 것을 절반만 들어 주어 나를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 버리지 않기를

세상은 사랑하기에 좋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자작나무를 타듯 살아 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설백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 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후략)

우거진 자작나무숲 아래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우랄산맥의 시골 마을 바리끼노. 라라가 탄 마차가 떠나가자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성에 낀 유리창을 깨고 사라져가는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지바고. 열렬히 사랑했지만 다시는 만나지 못한 라라와 지바고처럼 그렇게, 2021년이 사라져간다. 올해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기 좋은 곳’. 그러니 내년에는  별 뜻 없이 내뺃는 궁시렁을 부디 ‘신이 고의적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선곡)


엄숙한 클래식 연주회를 신나는 무도회로 바꿔버리는 이 공연의 지휘자는 네덜란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앙드레 리우(Andre Rieu). 그는 무대 위에서 바이올린을 들고 지휘와 연주 재치있는 해설까지 도맡아 한다. 앙드레 리우악단이 연주하는 라라의 테마가 없다면 닥터 지바고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작곡자은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


작곡자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는 극중 배경지인 러시아의 풍경을 부각 시키기 위해 러시아 민속 음악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저작권료가 너무 비싸서 영화 개봉 1주일을 앞두고 서둘러 테마곡을 작곡 했다고 한다. <라라의 테마>는 러시아 민속 악기인 발라라이카(Balalaika)를 도입해 감성적인 선율로 지금까지도 겨울이면 사랑받는 곡으로 연주 되고 있다. 발라라이카 (Balalaika)는 러시아의 민속 삼각형 삼축 현악기로 뽑아 낸 악기.


지금도 눈내리는 겨울이면 회자되고 있는 <장안의 화제> 닥터 지바고의 습윤 검은 눈동자를 볼수 있는 <마지막 앵콜로드 유튜브쇼!> <노치지 마시라>.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Author m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