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이며 심미가인 미셸 투르니에는 산문집 <예찬>에서 볼바시옹(Volvation)이라는 단어를 소개한다그것은 고슴도치가 조금만 위험이 닥쳐도 몸을 둥글게 움츠리는 현상을 의미한다인간의 경우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닫는 반사적인 행동을 가리킨다고슴도치는 싸우지 않고도 자기를 방어할 줄 알고 공격하지 않고도 상처 입히는 법을 안다그것이 고슴도치 식의 수동적인 방어법인 볼바시옹이다

류시화의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서 나온 말입니다.

볼바시옹은 우리 이민자의 삶과 많이 닮았습니다. 언어부터 정치교육문화먹거리놀거리까지 온통 낯설고 물 설은 것 투성이 입니다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익숙치 않은 환경 가시에게 찔리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긴장의 연속입니다그러다 보니 가시 돋친 고슴도치처럼 날카롭고 외롭습니다.

그러나 이 난처한 고슴도치들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습니다. 그들은 놀랍게도 바늘이 없는 머리를 맞대고 체온을 유지하거나 수면을 취한답니다우리도 너 나 할 것 없이 그렇게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역경을 이기는 법을 배우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바시옹의 삶은 확실히 방어기술로 충만한 삶일 것입니다그러나상처가 없는 대신 품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 조차 없는 것이 아닐까요?

가끔씩 우울해지거나 고독한 이민생활에 지쳐서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거나 막연히 어딘가에 기대고 싶을 때 기억해 주십시오당신 곁에 에스터하재단이  있다는 것을.   2018년 1월 뉴스레터

Author 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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