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큰 도시의 한복판에 /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 나 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중에서.

코로나 이후 오랫만에 맨해탄 Pier 36에서  Immersive Van Gogh를 체험했다. VR 가상현실로 들어가 고흐가 애지중지하는 해바라기 화병을 만지고 씨 뿌리는 농부와 셀카 찍고 오른팔을 괴고 누워 별이 빛나는 밤을 즐겼다. 조용필이 ‘고호’라고 발음하던 시절엔 꿈도 꾸지 못했던 발칙한 태도로.


그런데 용필형의 노래 가사처럼 고흐는 진짜 불행했을까? 미디어 아트전시라는 특성 때문 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의 그림에서 비루한 삶의 링 위에서 짬짬이 가드를 내릴줄 아는 우직한 복서를 보았다. 외로움 펀치에  한번 쯤 맞아주고 미친 척 하고 질투 앞에 엎어져 보고 가난에 져주면서  소용돌이 치는 별빛 속으로 걸어 가는 붓을 든 복서.


고흐 37년 인생 마지막 봄에 그린 마지막 꽃그림 ‘ 꽃피는 아몬드나무’가 인쇄된 계단에 앉아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검색한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 것 없는 사람, 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 그래 ,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한 사람, 그런 보잘 것 없는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겠다. 1882년 7월 21일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암만 생각해도 조용필의 노래는 틀렸다. 고흐는 행복한 사내다. 생각해 보라. 남들이 뭐라거나 말거나  내 속 마음을 시원히 표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 오늘의 선곡>

Don Mclean / Starry,Starry Night :  고흐 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곡 요즘 같은 여름날에 듣기 좋다.  ‘ 별들이 반짝이는 밤에 당신의 팔레트에 파랑색과 회색으로 칠하세요 / 한 여름날을 생각해보세요. 내 영혼의 어둠을 보는 눈으로 언덕 위의 그림자에 나무와 수선화를 스케치 하세요.


‘Yellow House'(2007) :  1888년 남 프랑스 아를에서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이 9주간 함께 머문 노란 집을 소재로 영국에서 제작된 TV 드라마. 고흐는 사물을 자기 방식만으로 바라보는 사람. 고갱은 사물의 진실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이 두 화가의 9주간의 동거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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