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유재석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이름 때문에 놀림을 좀 받았을 것이다. YOU, SUCK. 석과 발음이 비슷한 SUCK은 빨아들이다 라는 뜻이 있지만 슬랭 으로는 후지다 구리다 별로.라는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10월이 데리고 온 추석.
한국과 미국이 일일생활권 이라지만 여전히 미국속에서 추석은 떠나온 고향의 명절 일 뿐이다. 막강한 정치력을 내세워 미국에서도 꼬박꼬박 명절을 챙기는 유대인 사회와는 달리, 한인사회는 평일과 똑같은 달력 속의 추석이다.
오히려 두고 온 가족 친지 생각에 쓸쓸함과 그리움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는 날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사는 우리 동포들 끼리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추석을 추suck 이라 부르곤 한다.
뉴욕에서 보는 추석 달속에
코스모스 무리지어 핀
고향 철길 있네
장독대 뒤에 꽈리 한 타래
가을 볕에 익어있네
가난이 따뜻하고 아름답던
성묫길 소슬바람 송편향기
마천루 달 속에서 물씬 거리네
(김정기 시인. ‘추석달‘중에서)
달을 보면서 하는 상상은 나라마다 사람들마다 다르다. 우리는 토끼. 아프리카와 페루에서는 두꺼비, 유럽에선 집게발을 높이 쳐든 게, 스페인에서는 귀여운 당나귀.

뼛속까지 크리스챤인 언니가 달 사진을 보냈다. ” 달 달 보름달 우리집 덱에서 보는,, 십자가 달빛줄기가 아름다워 찍었어 셀폰으로”
추석 전날인 어제 저녁은 정말 달빛이 좋았다. 방아 찧는 토끼 너머로 추석빔 자랑하려고 동네 몇바퀴를 쏘다녔던 내 모습이 보였다. 탱자탱자 놀고 먹기만 해도 야단을 안 맞던 추억 속의 명장면 들이 옴니버스 영화 처럼 지나갔다.
거기에는 코로나가 아니여도 만날 수 없는 얼굴이 여럿 있었다.
< 오늘의 선곡>
Andreas Scholl / 아리랑 : 세계 3대 카운트 테너인 ‘ 안드레아스 숄 ‘의 이국적인 분위기의 아리랑.
두번째 달 / 사랑가 : 국악과 서양악기의 만남이 빚어낸 사랑가.
강요셉 /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 영화 OST.
바버렛츠 / 김치 깍뚜기 : 들을때마다 물음표가 생기는 가사 ” 아침 저녁 식사 때는 런치에다 비후 스테이크 맛 좋다고 자랑쳐도” 런치에다 비후스테이크? 지금은 아침 저녁 원한다면 김치 깍뚜기 먹을 수 있다.
Karen O · Ezra Koenig /The Moon Song : 인격형 인공지능체계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HER’ 의 OST. 만약 오늘 저녁 추석달을 바라보며 인공지능 AI와 대화를 한다면 그 첫 마디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