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얼마나 익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요. 익을락 말락 할 때 먹으면 쓴맛이 나요. 이럴 때 ‘김치가 미쳤다’고 해요. 익으려고 몸부림치는 미친 김치요. 그런데 며칠 지나면 신기하게도 맛있게 익어요. 김치는 살아 있는 생물 같아요. 푹 익으면 신맛 나는 묵은지가 되고요.” (강옥란 주부)

김치는 먹는이의 입맛에 따라  제일 맛있다고 느끼는 싯점이 다르다. 살짝 덜 익었을 때, 시어질락 말락할 때, 확 시었을때, 배추냄새가 그대로 느껴질 때등 김치 종류 만큼이나 숙성 정도에 따른 맛 선호도도 수십가지 이상이다.

마음 에도 그런 날이 있다. 어떤 노래를 듣는 순간 가슴에 맛이 든다. ” 음악이 미쳤어요“. 그런데 날씨나 시간이 바뀌면  미쳤던 음악은 평범해진다.

드라마 도깨비 대사를 패러디 해본다. “음악과 함께한 가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오늘은 날이 좋지 않아서 음악 듣기 좋은 날 . 코로나고 선거고 집안 일이고 뭐고 날씨와 결이 맞는 익숙한 곡들만 골라서 편식한다.


Bolshoi Theater Orch / 사랑이 지나가면 : 이문세 목소리로 듣는 것도 좋지만 가을이 깊은 맛을 낼 때는 볼쇼이 오케스트라가 클래식으로 편곡해 연주한 곡이 마음맛에 맞는다.

2 Cellos (voc : Zucchero) / Il Libro dell’Amore : 두 대의 첼로와 주께로 목소리로 듣는 ‘사랑에 관한 책’  ” 사랑에 관한 책은 따분해. 영혼의 무게 만큼이지. 애정이 가득한 이야기가 있고 춤추는 방법도 가득하지. Ma 하지만 네가 사랑에 관한 책을 읽는 게 좋아, 책 보다 네가 더 좋아 , 네가 파란 하늘에 관해 읽어줘도 괜찮아 , 사랑에 관한 책은 소리가 나 , 그렇게 음악이 탄생하는 거야. 가끔은 따분해 우스꽝 스럽고 E ma 그래도 네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좋아 “


최백호 / 낙엽은 지는데 : 마른잎 굴러 바람에 흩날리면, 생각나는 그사람, 오늘도 기다리네, 왜 이다지 그리워하면서, 왜 이렇게 잊어야 하나 ” 누군가 이 노래를 내게 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 늙었나봐 백호오빠 목소리가 쥑이네”  김치 냉장고가 아닌 땅 속의 김장독 김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숙성된 맛이다.


Julio iglesias / Crazy :  ‘ 미칠것 같은 아주 고독한 느낌에 열중하며 우울한 느낌에 몰입하고 있어요’로 시작하는 클레이지. 내게는 가을하면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떠오른다. 특히 오늘 처럼 안개비가 내리는 날이면  피아노 반주와 색소폰소리가 눅눅하게 달라붙는다,

Ensemble Planeta / lascia ch’io pianga : 헨델의 울게 하소서는  성악가는 물론 노래 좀 한다는 가수 버전 까지 정말 많다. 그중에서 일본의 여성 아카펠라 그룹 앙상불 플라나타가 부르는 울게하소서는 비가 살금살금 떨어지는듯 아닌 듯한 습도가 많은 날 듣기 좋다.

Author 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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